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989872?sid=101
국가부도로 대통령 관저가 국민에게 점령당한 스리랑카 사태가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주요 20개국(G20)이 신흥국과 개도국에 채무 재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 신흥국·개도국의 위기가 악화했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가 무너지면 그 끝이 어디가 될지 모른다"며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G20 정상들은 부채 문제에 관한 대화를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20년 부채 재조정을 위해 채택한 공동 프레임워크 활동을 강조했다. 앞서 G20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월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저소득국 채무상환유예(DSSI)'를 도입했다. 같은 해 10월 DSSI 연장과 함께 부채 재조정을 위한 '공통 프레임워크'를 신설했다. 두 가지 모두 신흥국의 부채를 감면하거나 상환 시점을 미뤄주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DSSI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만료됐다. 공통 프레임워크 역시 현재까지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에 나서자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 자본 유출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계속돼 이들 국가 가운데 3분의 1이 현재 기준금리를 10% 이상으로 올렸다"며 "스리랑카와 말라위 같은 중진국들이 IMF에 도움을 요청하는 가운데 그런 국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염려했다.
특히 그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에 막대한 차입금을 내준 중국에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현 부채 문제가 전면적인 위기로 귀결되면 중국은 극심한 손실을 보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여러 채권단 사이에서 상황을 더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경우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대외부채가 급증한 점이 이번 정부 전복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스리랑카와 비슷한 상황이 다른 개도국에 전염될 위험을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 54% 수준이던 신흥국 부채비율은 현재 66%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을 스리랑카의 뒤를 밟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경제위기로 잠비아와 레바논은 국제사회에 구제를 요청했다. 파키스탄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를 모면했지만 치솟는 수입 연료 가격으로 인해 불안 요소가 잔존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 라오스 인플레이션은 24%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라오스의 외화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3억달러다. 이는 두 달 치 수입 물량을 지불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하다. 달러가 부족해 에너지와 다른 생필품 수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경제난을 이기지 못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연료비 상승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20일 가까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에콰도르 정부는 연료비 일부 인하 등의 합의점을 찾은 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주요 장관을 한꺼번에 교체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연료비 급등과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졌다. 리비아에서는 생활고에 분노한 시민들이 의회에 난입해 불을 질렀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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